Inspiring
1230-31 이천구년을 마무리하며_ [영화]
blauping
2010. 1. 4. 01:52
참으로. 다사다난 2009년이 갔다.
우연히 2009년의 마지막을, 프랑스 영화 두편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내용도 분위기도 소리마저도. 전혀 다른. 그러나 프랑스 영화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만을 가진.
1230. On Connait La Chanson// Same Old Song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있다)
감독_ 알렝 레네
각본_장 피에르 바크리, 아네스 자우이
(1997), 120min
각본_장 피에르 바크리, 아네스 자우이
(1997), 120min
보고나서 참으로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엔가 여름엔가 '레인'을 보고 나서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네스 자우이와 장 피에르 바크리 콤비가 역시 나온 영화라서 그럴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가장 일상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감되게, 하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도록 적절한 노래들을 섞어 가며.
사실 프랑스어. 프랑스문화에 문외한인지라 이들이 상황상황마다 부르는 (꽤 유명할) 샹송들에 동감할 수 없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_
공감가던 부분들+
친구 니콜라의 동생에게 회사 자리를 주기 위해 이미 합격한 사람을 겨우 잘랐으나 그의 할아버지를 만나 선행을 베풀면서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하던 오딜. 그 누가 나쁜 마음으로 세상을 살겠냐만은 좋은 마음이 모두에게 좋을 수만은 없는 상황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걸까?
'1000년도 팔랑드뤼 호숫가에 살던 농부들'에 대한 논문을 다 쓰고, 논문발표까지 멋지게 마친 까미유는 이유없이 숨이 막히고 힘들어 하다가 이내 그것이 디프레시옹-우울증이라는 걸 깨닫는다.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의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무한한 불안감. 사실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조금이라도 벗어날까 노심초사한 그 아슬아슬한 칼끝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은..
묘하게 관계들이 얽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전해지면서 사람사는 이야기에 따뜻해왔던 것 같다. 불어의 발성은 역시 익숙해지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볼에 바람을 퐁하니 넣고 화내는 표정을 짓는 오딜이 한없이 귀엽기도 했고.
1231 die Grosse Stille// Into Great Sillence (위대한 침묵)
감독/각본/촬영/편집_필립 그로닝
(2005) 168min
(2005) 168min
침묵에 관한 영화라길래, 아 그래 2009년을 조용히 마무리하기 좋겠군.이란 생각이 들어 덥썩 보게된 영화. 영화 보러 들어가던 길에 그 전회를 보고 나오던 이적을 보며 '이적이 12월 31일에 보는 영화'라며 나름 뿌듯해하며 들어갔더랬다.
프랑스 알프스에 그림같이 지어진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이야기.
이 곳에 사는 수도사들은 이전의 살아오던 모습 그대로, 자급자족하고 금욕하며, 수도생활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정확하게 일주일 한 번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락된 시간 외에는 철저히 서로간의 대화 금지.
처음엔 '침묵하는 수도원'이라길래 과연 이들은 그 안에서 말없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말씀을 나눌 때엔 과연 어떤 방법을 쓰는겐가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들은 웃으며 수다떨 줄도 알고, 썰매를 타며 히히덕거리기도 하며, 조용한 예배당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찬송책을 보며 찬송도 부른다.
말없는 관계맺음.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언어'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꽤나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못하더라도 결국엔 그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표현 방법을 달리한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니깐. 그렇담 그가 알고 있는, 그가 받아들인 나의 모습이란 것은 (눈으로의 익숙함을 빼고) 내가 쓰는 언어를 통해 만들어진 상(像)일수도 있는걸까.
영화는 사실 친절하지 못했다. 대체 몇 명이,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언제부터 얼마나 이 곳에서 살게되는 건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보고 밥을 나눠주고 머리를 깎아주는 -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떠한 시스템으로 이 곳이 굴러가고 있는지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 역시 철저히 입을 닫고 관찰만 하기에. 영화에는 그 어떤 나레이션도, 음악도,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괜찮은 (움직이는) 사진전을 구경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 현재를 사는 우리가 보기엔 감옥과 군대를 반반 섞어놓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지만// - 그래도 작품같아 보일 수 있는 것은, 공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치형의 긴 복도, 뾰족한 지붕들, 그리고 별이 흐르는 모습까지 담을 수 있는 알프스의 하늘과 산. 이러한 공간이 주는 힘이 아니었다면, 대리석에 으리뻔쩍한 호텔같은 곳에서 그렇게 사는 모습이었다면,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게까지는 보이지 않았으리라.
+뭉게뭉게 떠오르던 질문들
자급자족이라던데 오렌지에 붙어있던 파란 스티커(설마 선키스트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와 생수병은 무얼까,
그곳에서조차 양인가 염소 귀에 낙인같은걸(이름표?) 달아야 하는 이유는,
외부 마을에 나가게 되면 외부인들과 말하는 것조차 금지되는데 물건을 사거나 하는건 역시 다른 사람을 시키는걸까, 그렇다면 그들의 고고한 수도생활을 위한 노동자가 고용되어있다는 것인가,
아주 잠깐 나왔던 수도사의 IBM 컴퓨터 사용장면 - 그 높디높은 알프스 산 위에서 설마 인터넷이 되는 건 아니겠지 - 너무 안어울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