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VETICA
사람 이름같기도 한 이 이름은 사실 한 시대의 활자 디자인의 정점을 이루었던 폰트명이다.
Arial 서체는 어느새부턴가 익숙해서 많이 쓰기도 했었지만, 헬베티카는 눈에만 익었지 이름까지 알던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알고보니 이 헬베티카라고 하는 서체는 우리 생활 곳곳에 너무나 익숙한 자리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명한 회사아이덴티티에서 사용된다거나, 공공기관의 업무용 문서에까지, 효율적이고 신뢰를 주는 용도가 필요한 곳에서는 여지없이 등장했던 것이다.
폰트라고 하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두께와 둥글기. 그리고 각 글자가 꽉 차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질때마다 글자가 주는 이미지는 달라지게 되는 것이었고, 헬베티카는 그 중 가장 완벽한 정도를 가진 폰트였다고 한다.
글자와 글자 사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마치 음악의 쉼표들이 가진 의미들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의미는 어쩌면 물리적인 행간의 디자인에서 오는 의미 역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글.이라고 하는 것을 그동안은 그냥 말그대로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글이 어떤 디자인을 가진 글씨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는 의미들.
사실 나는 그것을 알고있지 않았던가.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일이 많아지던 나의 중학교 시절.
남들보다는 조금 빠르게 폰트의 다양성을 느끼고 숙제할때마다 다른 폰트를 쓰려고 시도했던 기억이 난다.
디자이너들은 더 깊고 치열하게 그 공간 사이의 것들을 파헤치고 있었던 것..
그리고 세계화의 대명사가 되버린 헬베티카에 대해 어떤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가독성과 전달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어느 상황에,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어떤 결과를 원하느냐에 따라 폰트 역시 다른 얼굴을 하고 말을 하는 거라고.
나는 어쩌면 이 '전달력' 부분에서 항상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달력있는 표현을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더욱 실어내야 한다는 뜻인데, 그 부분에서 난 주춤거렸던 기억이 있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그러고보면 내가 언제나 주춤거렸던 순간에는 항상 나의 감정 전달.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구나.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서, 표현하는데 서툴고 부끄러워하는,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되는걸 보니,
이런 나를 깨고 표현해야만 하는 시기가 오는가보다.
표현,과 함께 시기.라고 하는 것이 늘 머리에서 맴맴 도는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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