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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ing

0915 탐욕의시대 [책]


 

사람은 자기가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만 집중하여 살아간다. 나와 나의 최측근,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몇몇가지에만 관심 두기에도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의 삶으로만 나의 시선이 함몰되지 않게 하려고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려고 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 반대편에서 ‘구조적인 악’에 의해 굶주리고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 ‘구조적인 악’을 만드는 세계거대자본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들면서 결국은 방관자로써 이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조금 답답해졌다.

 인간의 역사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에서부터, 국가, 그리고 전세계까지 연결되어있고 또 어쩌면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기, 우리 나라 대부업체의 엄청난 착취와 폭력으로 서민들이 사채업자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상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구조를 살펴보면 살펴볼 수록, 서민들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설립되었다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의 단체, 그리고 다국적 기업 -이 책에서 세계화지상주의자라고 부르는-들이 제3세계국가에 갚을 수 없는 부채의 덫을 씌우는 모습은 우리나라 대부업체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대부업체는 이들 세계화지상주의자들의 그저 작은 축소판 일뿐이었다.

특히 에티오피아가 그렇게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고, 커피라고 하는 유리한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기아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 특별히 최근 몇 년간 부채가 더욱 심각해진 이유가 사회주의의 몰락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라웠다. 소련의 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커피무역협정’이라는 조약을 통해 커피생산 농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주며 그 나라가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다가,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에는 커피 원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여 에티오피아가 부채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고 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바디샵이라고 하는 세계적으로 체인을 가지고 있는 화장품회사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바디샵은 천연재료로 화장품을 만들고, 그 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생산 농가,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 전통 부족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며 윤리적 회사로 알려져 있다. 197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로레알이라고 하는 다국적 화장품회사가 경영권을 취득하면서 그 윤리적 사업방향이 전보다 많이 약해진 상태이고, 최근 콜롬비아에 종려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소작농들을 쫓아낸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것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윤리경영이 말뿐인 윤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국적대기업이라는 형태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 책의 서두에서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분명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하나 둘씩 소비하고 있는 상품들이 사실은 제3세계의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데에서 오는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의 작은 소비습관으로 인해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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