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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1019 선물하는 바느질 [4]


선물하는 바느질-을 나의 바느질 아이덴티티로 삼아야 할까나 ㅎ
선물을 떠올리지 않으면 바늘이 영 움직이질 않으니,
게다가 바늘 전에 뭘 할까조차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은,
살짝 슬럼프인가(??) 맘에 들지 않는 것도 꽤 나온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바늘부터 들이대면 그런 것 같다.

흰 천에 산이랑 참외(왜 참외냐 물으신다면 할말 없지마는-_-)를 수놓은 건 웬지 푸르죽죽하기만 해서 선물하지 못했고,
결혼축하라며 나름 상징적으로 오리를 청 홍으로 수놓은 것은 아마 배경이랑 안어울려서 내가 맘에 썩 들진 않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선물했다. (다행히 맘에 들어해 주어서 다행! 결혼 축하해요!!!)

바느질하는 동안은,
참으로 집중하게 된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 그 마음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영감에 충만해 바느질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이번 선물하는 바느질, 두둥

① 우연히 마주치는 제비를 위한 커다란 나무 뱃지

처음 만났던 건, 희망제작소에서 인턴 했을 때,
이름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분위기도 비슷하다고 (나혼자? ㅋ)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학교 다닐 때 수업도 하나 같이 들었던 사이였었고,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이어지다가
한동안 만나질 못했다.
그나마 블로그로 띄엄띄엄 소식을 전해듣던 사이.

그러다 이번 여름,
우연히 세 번을 마주쳤다.
푸른별주막에서 한 번, 그날 또다시 분더바에서 한 번. (하루에 두번이라니! 사실 분더바는 제비님(?)을 통해 첨 알게 된 곳이긴 했다.)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푸른별주막에서 또 한 번.
그렇게 세 번을 우연히 만나고서는 급하게 서로의 소식을 전하다가,
내가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들었다는 얘기에 동생분의 일을 도와주기까지 이른다.
동생분이랑은 약속까지 해서 만나는데
우리는 계속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다며 선물을 주고받았었다.
동생분 손을 통해 전해 받은 (나에게 꼭맞는) 선물보따리에,
나는 나무 뱃지를 선물.



이번엔 새롭게 굵은 털실로 아웃라인을 둘러가며 마무리 (이것도 자수 이름이 있긴 할텐데 모르겠구나~)
삘받고 너무 크게 (명함싸이즈로) 만들어서 가방이나 커튼에나 달아야 할 만한 크나큰 뱃지.

그리고 나선,
이 뱃지 고맙다는 문자를 받은 그 날,
우연히 또! 아래 선물의 주인공들의 결혼식에서 또 만났다! 하하하

② 복태&한군을 위한 결혼축하 보자기

한없이 응원해 주고싶은 사람들이 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러고보니 따로 만난 적도 없었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에너지를 나누며 따뜻한 사이가 된 사이. 마이요가푸렌.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감히 상상도 잘 못할 상황이라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전한 적도 있었다.
감히 범생스러운 나는 공감이 잘 안 되어서 오히려 미안하다 해야 하나.

무튼 이들의 귀촌을 축하해주기도 하고,
남산 공연에 쫓아가기도 하고,
내 생일이 이들이 사귀기 시작한 날이라며 그날 요가의 집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힘든 시간들을 지내고는 결혼을 한다는 기쁜소식!

결혼도 어쩜그리 복태한군스럽게 하던지,
나는 그날 결혼식 2부를 지켜보며 두번이나 울컥했다.
작은 노래공연과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연극과 이 둘의 공연. 한군이 벅차올라 힘껏 부르던 "Across the universe"
그리고 복태 부모님의 한 마디.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이 결혼이 이해가 되시면 '신세대', 이해가 안 되시면 저같은 '쉰세대'인 겁니다." 하셨지만,
사실 이미 다 이해하고 너무나 따뜻한 눈빛을 하고계셔서
나는 눈물이 다 찔끔 났다.

결혼 사진들 중에 젤 맘에 들었던 (난 뒷모습이 좋다-)
뒷모습 급히 자수로 담아 조각보자기로 만들어 선물!

잘 살아요 부디부디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아래 하늘색은 바다고 위에 황토색은 모래인가 - 그렇다면 위아래를 바꿨어야 하는걸까-
애니웨이, 이들의 원본사진! 마이페이보릿!